태풍 종다리가 지나가길 기다려 1박 2일 3산 산행계획으로 전남 담양으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좋아서 날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남부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서쪽으로 부터 먹구름이 몰려온다. 빗방울이 차창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추월산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빗줄기가 제법 굵어 진다. 여름 산행에서 우중산행은 다반사이다. 고민의 여지는 없다. 지난 달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입구 편의점에서 거금 1만 5천원에 산 판초우의를 걸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 산행일시 : 2024/8/22 10:45 ~ 14:17 (전체시간 3시간 32분, 휴식시간 30분 포함)
- 산행경로 : 추월산 주차장 - 보리암 - 보리암 정상 - 추월산 정상 - 월계리 - 추월산 주차장 원점회귀
- 산행거리 : 7.3 km
- 날씨 : 기온 28도 ~ 32도, 비온후 흐림
추월산은 가을 보름달이 산 봉우리에 걸칠 정도로 산이 높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100대 명산이면서 호남 5대 명산 중의 하나이다. 기암절벽과 담양호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담양호는 4대강 유역 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976년 영산강 최상류에 홍수조절 및 농수 공급용 담양댐이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호수이다.
산행기점에서 보리암을 향해 올라 갈수록 경사가 점점 급해진다. 경사가 급하면 그만큼 조망이 좋을 수 있다. 곳곳에 조망 포인트가 있으나 비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발 아래로는 절벽, 그 아래로 담양호가 멋진 모습으로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여기 저기를 향해서 사진을 찍어 본다. 때때로 안개가 옅어지면서 살짝 산 아래 모습을 비추어 주기도 한다.
산행 기점에서 1.2 km 정도를 계단을 부여잡고 오르면 보리암 입구 이정표가 나온다. 50 m 를 돌아 들어가면 보리암이라고 하는데 비도오고 그냥 직진할까 하는 잠시의 망설임을 떨치고 절벽 옆 철계단을 따라 들어 간다.
보리암은 절벽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 날씨가 좋았으면 절경이 펼쳐질텐데 안개가 자욱하여 발아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상상속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점심 요기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우중 절벽 산행으로 요동치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힌다.
보리암정상을 향해서 다시 1,122 계단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비는 그쳤으나 사방 자욱한 안개는 여전하다.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로 비에 젖어나 땀에 젖어나 별 차이는 없다. 보리암정상에도 정상석(해발 692m)이 있으나 별 감흥은 없다. 정상석이 왜 있는지 ? 왜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지 나중에 하산 후에 알게 된다.
주차장에서 보리암정상까지가 1.5 km이고 보리암정상에서 추월산정상까지가 1.3 km 이지만, 보리암정상에서 추월산 정상까지는 거의 평지라고 할 정도로 완만하기 때문에 보리암정상까지 오면 다 왔다고 봐도 된다. 조릿대와 다양한 야생화 숲길을 따라 뛰다 걷다 하다보니 어느새 추월산 정상이다.
추월산 정상에서도 여전히 안개속 곰탕뷰이다. 바람따라 흘러가는 안개무리가 이따금씩 옅어지면서 산아래 마을의 모습을 살짝 보여 주기도 한다.
가장 짧은 코스인 월계리로 하산한다. 가파르지만 너덜길이 아니라 흙길이어서 힘들지 않게 내려온다. 비온 뒤라 길 옆 계곡엔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 내린다.
월계리에서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안개가 걷히고 있는 추월산의 본 모습을 처음 보게 된다. 내가 오른 산이 저런 모습이었구나. 깍아지른 절벽의 산봉우리 꼭대기가 보리암정상이다. 그 절벽 어디쯤에 보리암을 품고 있다. 보리암정상을 지나면서도 저런 절벽의 꼭대기라는 것을 상상도 못했고 그냥 정상을 향해서 가는 길목 어디쯤이겠거니 생각했다.
주차장에서 복장을 정비하고 길 건너에 있는 담양호 둘레길 용마루길을 잠시 둘러본다. 담양 관광코스 중의 하나인 모양이다.
담양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메타세콰이어길, 대나무, 관방제림 등이다. 호텔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이들을 찾아 다녀 보았다. 메타세콰이어길은 워낙 많이 소개되어 별 감흥은 없다. 대표적인 대나무 관광명소 녹죽원을 찾았다. 유료 입장이다. 굳이 돈내고 입장할 것까지야. 밖에서 울창한 대나무 숲을 감상한다.
녹죽원 앞을 흐르는 영산강 상류 담양천변에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관방제림 산책길이 있다. 관방제림은 조선 인조26년(1648년) 에 수해를 막기 위해 부사 성이성이 제방을 쌓아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후 철종5년(1854년)에 부사 황종림이 제방을 늘려 쌓으면서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300년이 넘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지역민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관방제림은 모두 느릅나무과인 푸조나무(111그루), 팽나무(18그루),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풍나무 종류 중 귀하신 몸인 은단풍나무도 볼 수 있다.
팽나무와 닮은 푸조나무 라는게 있다고 하여 궁금해 하던 차에 관방제림 들어서자 마자 첫번째 보이는 느티나무 같은 나무의 이름표에 "푸조나무" 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랍고 반가웠는지. 나무마다 고유번호와 이름표를 붙여 놓았는데 푸조나무가 가장 많다.
푸조나무는 잎 가장자리 전체에 톱니가 있고, 팽나무는 잎 상반부에만 톱니가 있고 하반부 가장자리는 매끈하다. 푸조나무 열매가 팽나무 보다 좀 더 크다.
팽나무는 열매를 대나무통에 넣고 후 불면 "팽"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럴 듯하다. 푸조나무는 어원이 명확하지 않다. 남쪽 해안 지방에서 울창한 수형으로 새들을 불러 모은다고 포구조목(浦口鳥木) 이라고 불리다가 푸조나무로 변형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근거는 확실치 않다.
천리포수목원, 광릉수목원 등 수목원에서만 보았던 회양목과 아주 비슷한 꽝꽝나무가 흔하게 보인다. 주로 담장 경계목으로 심어져 있다.
월계리 한 집에서는 꾸지뽕나무를 재배하고 있고, 황금소나무 식당에서는 정원에 그물망을 쳐서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다.
담양 떡갈비 한정식 전문 "황금소나무" 식당은 정갈하고 넓은 정원에 다양한 수목을 정성스럽게 심어서 키우고 있다. 금목서와 은목서를 나란히 심어 놓았다. 정원에 황금소나무도 물론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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