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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가평 화야산 (禾也山 755m) ft. 고동산(古同山)

by 천남성 2024. 6. 6.

2024.6.6 (목) 양구 사명산을 가기 위해서  6시 30분 집을 나선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들어 서는데 차량 정체가 너무 심해서 목적지까지 3시간 반이 예상된단다. 9시 전에 도착하여 일찌김치 다녀올려는 계획에서 너무 벗어난다. 노견에 차를 세우고 좀 더 가까운 다른 산을 검색해 본다. 가평 화야산이 떠오른다. 200대 명산에도 들지 못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인데 꿩 대신 닭이다. 6번 국도로 내려 선다. 북한강을 끼고 가는 서종리 북한강로는 언제 가도 운치가 있다. 

시간도 많이 벌었으니 고동산-화야산 연계산행이다. 급히 오느라 등산로 파악도  잘 안되어 트랭글 선행자 코스를 따라가기로 한다. 삼회2리 마을회관에 주차하려 했으나 근처에 오니 길 오른쪽에 화야산,고동산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무작정 차를 몰아 본다. 큰 길에서 1 km 정도를 들어 가서 무아레 도그라운드를 지나 무아레F3 을 지나니 길 옆에 차량 2~3대가 주차되어 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여기서 산행 시작인 모양이다 생각하고 나도 길 옆 공터에 주차한다. 코스를 파악하려 트랭글을 켜본다. 마침 산행 기점이 바로 근처에 있다. 트랭글 코스만 믿고 잘 드러나지 않은 길을 찾아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요양시설(청평활명요양병원) 옆을 지나 올라서니 더 이상 길이 없다. 새로운 건물 단지를 조성하려고 하는지 산은 파헤쳐져 있고 불도저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무작정 올라가 본다. 터파기 공사 지역을 가로 질러 올라가니 다행히 다시 산길이 나타난다. 최근에 등산객이 없었는지 길은 흐릿하고 관목들이 들어차 있다. 덤불을 헤치고 어렴풋한 인적을 따라서 올라간다. 1km 정도 오르니 제대로된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희비가 엇갈린다. 북한강을 양 옆으로 보면서 오르는 능선 코스는 경치가 기대  이상으로 절경이다. 칼바위와 양 옆의 아찔할 정도의 절벽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한편 산행로의 경사가 매우 급하여 코가 땅에 닿을 정도다 라는 표현이 딱 맞다. 고동산 정상까지는 끊임없는 급경사이다.

누군가 화야산,고동산 연계산행을 한다면 화야산->고동산 방향으로 하지 고동산-화야산 방향으로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해야지 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면서 거북이 속도로 오른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 고동산 정상에 도착한다. 여기까지 2.8km인데 2시간 이상 걸렸다. 정상에서는 북한강쪽이 확 트여 너무나 시원한 경관이 펼쳐진다. 발밑에는 북한강이 휘돌아 흐르고 있고 멀리는 운길산, 예봉산, 천마산까지 산들이 겹겹이 펼쳐져 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경치는 여기까지이다. 

고동산에서 화야산까지 3.2 km는 경사가 있는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평이한 능선길이다. 고동산을 오르면서 까먹은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 속도를 내본다. 산행 기점에서  3시간 20분 정도 걸려서 화야산 정상에 도착한다.

트랭글 선행자의 코스대로 여기서 삼회1리 마을회관으로 내려가서 대중교통으로 삼회2리 산행기점으로 이동하려는 계획이었다. 다른 코스에서 올라오는 산행객에 어디서 오냐 물어보니 삼회2리 마을회관에서 올라 왔다고 한다. 이 코스로 간다면 산행기점으로 바로 내려가겠구나 생각하고 트랭글 선행자 코스를 무시하고 이 코스로 내려가기로 한다. 주차한 곳까지는 4 .5km 이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산을 내려간다. 여기도 경사가 만만치 않다. 1.5 km 정도 내려가니 해발 400 m 정도 되는데 벌써부터 계곡길이 시작된다. 계곡길은 너덜길이기는 해도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경쾌하게 내려 올 수 있었다.
 
계획에도 없고 계속 예상을 벗어난 산행이었지만 상당한 운동량과 산행거리, 멋진 경치, 식물들 등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만족스런 산행이었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또 다른 꿩이었다.
화야산(禾也山)은 지금은 삼회리로 통합된 옛 화야리의 뒷산이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산행거리 10.5 km, 산행시간 08:45 ~ 14:15,  기온은 17도 ~ 27도 맑음.
 

해발 50m에서 시작하여 고동산 정상 해발 600 m까지 코를 땅에 박고 올라가는 급경사(빨강 선), 화야산에서 400고지 계곡으로 내려오는 더 급한 경사로(파랑 선).
 
 

등산안내도

하산길에 만난 화야산 등산안내도.
 
 

계속되는 가파른 경사길과 길옆의 아찔한 낭떠러지들

등산 초입 관목숲길을 벗어나서부터는 가파른 경사가 계속된다.
 
 

바위위의 멋진 노송과 칼바위 능선

 

산 아래 굽이쳐 흐르는 북한강

고동산을 오르는 길은 코를 땅에 박고 오르게 된다. 대신에 멋진 노송들과 바위들, 북한강 풍경 , 그리고 칼바위 능선 등 대부분의 산행 재미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100대 명산은 아니어도 200대 명산에는 포함해도 될 듯하다.
 
 

저기 위가 고동산

고동산 정상이 가파르게 솟아 있어 험난한 산행길을 예고한다.
 
 

왼쪽 멀리 겹쳐 있는 두 개의 산이 운길산, 예봉산. 오른쪽 끝 멀리 보이는 산이 천마산.
고동산 정상

발 아래 북한강이 굽이쳐 흐르고, 저 멀리 왼쪽으로 운길산,예봉산  오른쪽으로 천마산이 보인다.
 
 

삶의 역경을 견디며 살아온 이력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노송
 
 

고동산에서 화야산으로 열심히 가고 있다.
 
 

화야산 정상, 지자체별 정상석

드디어 화야산 정상이다. 나무들로 막혀 익혀서 탁 트인 시원함은 없다.
 
사족: 산 정상은 대부분 지자체들의 경계일텐데 서로 경쟁적으로 정상석을 세우는 것이 정상석 공해이다. 잘 협의해서 하나에 양쪽 지자체 이름을 같이 새기면 보기도 좋고 비용도 절감하고 그러길 바란다.
여기는 지자체별 정상석과 무슨 단체에서 세운건지 3개의 정상석이 꼴사납게 서서 경관을 해치고 있다.  무덤도 아닌데  화강암 기단에 검정색 비석들은 어울리지도 않고 촌스럽기까지 하다. 왠만하면 철거하시길.
 
 

맑은 물과 시원한 냉기를 제공하는 계곡길

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더위를 식혀 준다. 
 
 

작은 폭포

작지만 시원하게 뿜어 내리는 아담한 폭포.
 
 



 
 
 

산딸기

인적이 드문 산행 초입에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가 여기 저기서 손짓을 한다. 몇 개 따 먹어 본다.
 
 
 

물레나물

바람개비 모양의 노란 꽃이 피는 물레나물인데 아직 필 시기가 아니다.
 
 

개암나무

헤이즐넛의 토종 버젼인 개암나무는 열매를 만들기 시작한다.
 
 

개옻나무

고동산에는 개옻나무가 유난히 많았다. 꽃이 지고 열매를 맺었다.
 
 

양지꽃

뱀딸기와 닮은 양지꽃. 뱀딸기는 습한 곳에 잘 자라지만 양지꽃은  바위틈과 같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
 
 

참회나무

회나무 종류 중에서 열매가 5쪽인 것, 4쪽인 것이 있고, 열매의 각 쪽에 능선이나 날개가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참회나무는 열매가 5쪽이며 능선이 없이 동그랗다. 간혹 한 나무에서 4쪽인 변이도 있다.  
 
 

골무꽃

꿀풀과 중에서 꽃이 짧은 벌깨덩굴과 비교되는 긴 꽃인 골무꽃.
 
 

기린초

돌나물과의 기린초는 여기 딱 세 친구만 관찰되었다.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나리 중에서 하늘을 향해 꽃이 피는 하늘나리, 하늘말나리도 꽃망울을 맺었다.
 
 

산딸나무

화야산 정상에는 조경수로 더 많이 보게되는 산딸나무가  야생으로 자라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박쥐나무

화야산 하산길에는 정상에서부터 마지막 하산지점까지 산재하는 박쥐나무가 내려올수록 점점 더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조록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자주빛 조록싸리 꽃
 
 

큰꽃땅비싸리

싸리중에서는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큰꽃땅비싸리가 연분홍 고운 빛깔의 꽃을 활짝 피웠다.
 
 

자란초

잎은 투박하지만 꽃은 나름 화려하다. 자란초(紫蘭草)는 한국 특산종이다.  자주색 꽃이 피는 난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난 달 괴산 악휘봉 하산길에 처음 만나서 눈이 번쩍 뜨였던 그 친구이다. 조개나물, 아주가 등과 같은 꿀풀과>조개나물속의 한 종이며 큰잎조개나물이라고도 한다. 
 
 

뜰보리수

산 아래 어느 집 마당에 자라고 있는 뜰보리수. 탐스런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다.